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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philosophy of language

지시와 의미, 사용과 언급

by jysden 2019. 10. 1.

 

1. 지시와 의미

 1) 언어 표현과 지시 대상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람은 훌륭해 보인다. 어릴 적 자주 봤던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종종 "나는 해적왕이 될거야"라는 말을 한다. 이 때, 그 말은 무엇을 지칭(지시)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글 속에서 어떻게 지칭 관계를 표현해야 할까? 해적왕과 '해적왕'의 차이는 무엇인가? (여기서 지칭/지시에 대한 엄밀한 구분은 하지 않겠다)

 <원피스>에서 주인공인 루피는 "나는 해적왕이 될거야"라고 자주 말한다. 여기서 <현재 시점의 해적왕>과 <미래 시점의 해적왕>을 구분해보자. 루피가 위 말을 할 때 해적왕이 지칭하는 것은 "미래 시점에 존재할 아직 누군지 모르는 누군가"이고, 그가 그 말을 발화할 때 해적왕이 지칭하는 것은 그 시점의 해적왕인 "흰수염"일 것이다. 나는 지금 '   '의 유무에 대한 구분을 말하고자 한다.

 

2. 사용과 언급

 (1) 흰수염이 살아있을 적에, 해적왕은 만화 485화에서 죽은 흰색 수염을 가진 거구인 해적이다.

 (2) 흰수염이 살아있을 적에, '해적왕'은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   '와 같이 인용 부호를 찍은 표현은 언어 표현 해적왕을 지시한다)

   - ''해적왕'' -> '해적왕' -> 해적왕 -> 만화 485화에서 죽은 흰색 수염을 가진 거구인 해적 [ ->: '지시함'을 표현]

 

더 많은 예를 보자.

 

 (3) ''달''은 인용 부호를 포함하는 표현이다 (참)

 

 (4) '달'은 인용 부호를 포함하는 표현이다 (거짓) (이유: '달'은 달은 지시하고 있고, 이 때의 달은 인용 부호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사용use과 언급mention에 대해 알아보자.

 

(5) 은 밤 하늘에 떠 있는 둥근 천체를 지시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6) '달'은 둥근 천체를 지시하는 표현인 달을 지시하기 위해 "언급"된 것이다

 

(7) '달'은 달을 가리킨다 (달이 하늘에 떠 있는 둥근 천체를 가리킬 때, 내가 사용해야 할 문장)

 

(8) ''달''은 '달'을 가리킨다 ('달'이 하늘에 떠 있는 둥근 천체를 가리키는 달이라는 언어적 표현을 가리킬 때, 내가 사용해야 할 문장)

 

3. 대상언어와 메타언어

 

대상언어: 대상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언어, 메타언어: 언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언어

 

영한 사전을 생각해보자. 영한 사전은 영어를 대상으로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이것의 대상 언어는 영어이다. 하지만 영한 사전은 한국어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영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그 언어[한국어]는 그 책에서 메타 언어인 한국어이다.

(9) '만화 <원피스>의 485화에서 해적왕은 흰수염을 가지고 있다'는 참이다

문장 (9)에서 대상은 '  ' 안에 있는 문장이고, ''____'는 참이다'는 메타 언어이다.

 

4. 전면적인 지시론적 의미론

 

(10) 한 남자가 벤치 위에서 자고 있다

어제 밤에 내가 목격한 일로 이야기 해보자. 대치동을 지나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벤치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상황을 디스플레이 위에 (10)과 같이 쓰고 있다. 이 때, 문장 (10)은 그 상황을 전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가? 즉, 문장 (10) 안에 있는 모든 용어가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고 있는가? 우리는 이 물음에 긍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안의 용어 '한', '-가', '위에서' 등과 같은 것의 지시체가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남자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는 것 같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내가 어젯 밤 10시 30분 경에 봤던 바로 그 남자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지만, 한 남자는 어떠한 남자도 될 수 있다. 이것은 달moon이 어떤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과는 다르다. 달은 하나 밖에 없지만, 한 남자는 누구도 될 수 있기 떄문이다.

(철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나는 전면적 지시론적 의미론을 지지했던 것 같다. 나는 '위에서', '~의' ,~한' 같은 표현 조차도 다른 것들과 결합되어 지시체를 가지고 있는 것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10) 문장을

(11) 어젯 밤 내가 밤 10시 30분 경에 봤던 그 남자는 벤치 위에서 자고 있었다 

라고 바꿔보면, 나는 여전히 문장 (11)이 지시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어 자리에 있는 것이 어떤 특정한 것을 지시하고 있고, <벤치 위에서 자고 있었다>는 어떤 상황을 어느 정도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자세로, 어떤 벤치에서 등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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