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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Metaphysics

조건문에 대한 이론

by jysden 2020. 4. 22.

 

  조건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명제들로 이뤄진 어떤 함수를 하나의 명제로 표현한다. 가령, 나는 한 명제 “김제동은 (현재) 결혼을 했다”와 다른 명제 “김제동은 사회자이다” 둘다의 진리치를 안다. 전자는 거짓이고 후자는 참이다. 하지만 이 때 나는 “만약 김제동이 결혼했더라면, 김제동은 사회자이다” 같은 반사실 조건문으로 표현된 명제의 진리치에 대해서는 모를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철학적 문제를 야기한다. 스톨네이커는 이 같은 반사실적 조건문에 대한 3 가지 문제점에 관심을 갖는다 — 1. 논리적 문제: 어떻게 조건문 함수의 형식적 속성을 기술할 것인가, 2. 화용론적 문제: 서로 다른 진리치를 판단할 때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3. 인식론적 문제: [각주:1] 경험적이면서 동시에 반사실적인 조건문은 가능한가.

 

  어떻게 조건문의 진리치를 판단할 것인가? 가령, 우리는 어떻게 “만약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면, 모든 신체 검사 4급 판정자들은 복무 면제 판정을 받을 것이다” (이것을 문장 (S)라고 하자) 조건문의 진리치를 판단하는가? 이 물음을 일단 화용론적인 측면에서 답해보자. 

 

  먼저, 진리함수적 분석에 근거한 답변을 보자. 영수가 스스로 위 조건문의 전건과 후건에 대한 물음에 차례로 ‘아니오’, ‘예’ 라고 답했다고 해보자. 즉, 영수는 마음 속으로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폐지되는가? 아니오”, “모든 신체 검사 4급 판정자들은 복무 면제 판정을 받을 것인가? 예”라고 답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영수에게 이 조건문의 전건은 거짓, 후건은 참이라고 여겨진다. 만약 이 조건문이 실질 조건문으로 간주되어서 진리함수적으로 분석된다면, 이 조건문의 진리치는 실질 함축 규칙에 따라 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조건문의 전건이 거짓이라는 이유는 그 조건문 자체의 진리치가 참이라는 것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조건문은 전건이 거짓이고 후건이 참이라고 할 때에도 여전히 거짓일 수 있다. 가령, “만약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면, 모든 신체 검사 4급 판정자들은 현역으로 입대할 것이다” 조건문의 참 역시도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진리함수적 분석의 단점에서 제안된 답변을 보자. 진리함수 분석에 대한 비판가들은 실질 함축 분석은 if-then 진술의 함축된 “연결”을 생략하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조건문의 전건과 후건의 진리치가 아니라, 그것들의 “연결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때 이들의 연결이 성립한다면 “참”이고, 그렇지 않다면 “거짓”이라고 여겨야 한다. 하지만 불명료한 연결 개념을 동원한 이 제안은 그 개념이 명료화될 필요성을 느끼기도 전에 다음과 같은 반례와 직면한다: 영수는 ILO가 4급 판정자들이 강제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게 열렬히 도와줄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영수는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는 것에 어떤 의견도 갖고 있지 않고, 그것과 (S)의 후건 내용은 독립적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면, 비록 전건과 후건이 서로 논리적, 인과적으로 독립적일지라도, 영수는 (S)에 대해 참이라고 믿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연결의 출현은 조건문의 참에 대한 필요 조건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톨네이커가 옹호하고자 하는 램지 테스트에 근거한 답변을 보자: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조건문 “만약 A이면, C이다”에 대하여, 전건 A를 당신이 보유한 믿음 체계에 더한 뒤, 후건이 참인지 여부를 고려해보자. <이 조건문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이러한 조건 하에서 <후건에 대한 당신의 가정적 믿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 제안에서 “연결” 개념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합리적인 사람은 믿음들의 귀결을 수용하므로, 전건에 더불어 후건을 자신의 보유 믿음 체계에 추가할 것이다. 반면에, 이미 후건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건과 독립적이라고 믿는다면, 전건이 보유 믿음 체계에 추가되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의 믿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여전히 후건은 그의 보유 믿음 체계에 남아있을 것이다. 따라서 램지 테스트에 근거한 이 제안은 어떤 연결의 출현을 조건문의 참에 대한 필요 조건으로 만들지 않는다.

  램지 테스트는 주체가 전건이 참인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로 문제없이 확장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전건 A가 거짓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보자. 즉 가령 당신은 어떤 조건문의 전건인 “은마떡볶이는 대치동에 있다”를 거짓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보자. 이 전건을 당신의 보유 믿음 체계에 추가하면, 모순이 동반하므로 당신은 전건과 상충하는 기존의 믿음들을 지우거나 바꿔야 할 것이다. 당신은 이 전건을 믿기 위하여 가령 “은마떡볶이에 가기 위해서는 143을 타고 은마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는 기존의 보유 믿음을 지우거나 바꿔야 한다. 혹은, 당신이 이 기존의 보유 믿음을 더 강하게 믿고 있는다면, 당신은 추가되는 전건이 거짓임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는 이제 조건문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대략적이지만 일반적인 답을 알 수 있다:

 

 1. 전건을 (가정적으로) 당신의 믿음 체계에 추가하라

 2.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어떠한 조정이든 하라

 3. 후건이 참인지 여부를 고려하라 

 

램지 테스트

 

  우리는 이제까지 조건문의 믿음 조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문제는 믿음 조건에 대한 우리의 답변에서 조건문에 대한 진리 조건들로 이행해 가는 데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가능세계 개념이다. 왜냐하면 가능세계는 가설적 믿음 체계의 존재론적 유사물analogue이기 때문이다. 가능세계 개념을 이용한 다음의 진리조건 집합은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설명에 대한 비형식적 정의이다:

 

 A를 참인 세계이면서, 그 이외에는 현실 세계와 최소한으로 다른 어떤 가능 세계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만약 A이면, B이다”는 참이다 iff 그 가능세계[A]에서 B는 참이다

 

양상 논리에 대한 크립키의 의미론 체계를 사용하여 <가능세계에 근거한 분석>에 대한 형식적 의미론을 알아보자. 

 

[모델 구조]

 

  모델 구조 M을 (K, R, ⋋)의 순서 삼중항이라고 하자. 여기서 K는 가능세계들의 집합, R은 상대적 가능성의 관계: 만약 a,b가 가능세계(K의 원소)라면, aRb는 “b는 a에 대하여 가능하다”라고 읽는다. 이것은 a가 현실 세계인 곳에서 b가 가능세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R은 재귀적 관계다. 각자의 양상적 직관에 따라 이것에 덧붙여 R이 이행적이거나, 이행적이면서 대칭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유일하게 표준 양상 의미론의 부분이 아닌 ⋋ 는 터무니없는 세계absurd world라고 이해되는 K의 원소이다. 이것은 모순들과 그것들의 귀결들 모두가 참인 세계다. 이것은 R 하에서 홀로 고립되어 있다. 즉 어떤 세계도 그것에 대해 가능하지 않고, 그것도 어떤 세계에 대해서도 가능하지 않다. 이것은 불가능세계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선택 함수[각주:2]]

 

  s-함수는, 각 전건 A에 대하여, A가 그곳에서 참인 그런 하나의 특정 가능세계 선택한다. 그 조건문이 주장하는 바는 선택된 그 세계 내에서 후건이 참이라는 것이다. 어떤 조건문은 선택된 세계에서 그 후건이 참일 때 현실 세계에서 참이다. 이것을 형식적으로 표현하자면,

 

  (1) A > B는 a에서 참이다 if B가 f(A,a)에서 참이다

  (2) A > B는 a에서 거짓이다 if B가 f(A,a)에서 거짓이다

 

이제 선택 함수를 조건문에 대한 의미론에 추가하고, 양상 논리의 대상 언어에 조건 연결사를 추가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특정 비현실적인 가능 상황>에서 무엇이 참인지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다. 즉 특정 반사실적 세계에 대한 진술들, 즉 반사실 조건문의 진리 조건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다.

 

[선택함수는 어떤 세계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조건]

 

  A는 전건, a는 기저 세계, b는 선택 세계라고 하자.

 

  ① For all the A, a, A는 f(A,a)에서 참이다

  ② For all the A, a에 대해 A가 가능한 세계가 없는 경우에만 f(A,a) = ⋋

  ③ For all the A, a, 만약 <A가 a에서 참>이면, <f(A, a) = a>이다

  ④ For all the 전건B, B’와 모든 기저 세계 a, 만약 <B가 f(B’, a)에서 참이고, B’가 f(B, a)에서 참>이면,  f(B’, a) =  f(B, a)

 

   ①은 전건이 선택 세계에서 참임을 요구한다. “만약 대치동에 던킨 도넛이 있다면, 대치동에 던킨 도넛이 있다” 같은 문장이 그 예이다. ②는 터무니없는 세계는 전건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선택 세계는 현실 세계로부터 최소한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이 앞에서 요구된 바 있다. 이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의미한다. 

   (a) 전건에 의해 명시적으로, 또는 함축적으로 요구된 것을 제외하면, 현실 세계와 선택 세계의 차이는 없다. 

   (b) 필요한 변경을 만드는 방안들 중에서, 우리는 현실 세계에 대해 올바른 기술과 설명에 최소한으로 위배하는 세계를 선택해야 한다. 

 

   ✏︎ (a),(b)는 화용론적 고려에 의존 하는 모호한 조건들이지만, 선택이 <기저 세계와의 유사성에 대한 가능세계들의 순서화> 기초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이제 다음의 두 가지 제약이 추가되어야 한다: 상기 ③, ④.

 

 ③은 전건이 참인 세계들 중에서 기저 세계가 있다면, 그 기저 세계가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가령 전건 “강남 세무서 맞은 편에 강남구청이 있다”가 참인 세계 중에서 기저 세계 (보통 이것은 현실 세계로 간주한다)가 있다면, 우리는 그 기저 세계를 선택해야 한다. ④는 다음을 의미한다: 만약 임의의 선택이 (어떤 특정 기저 세계 a에 대하여) b를 b’ 보다 순서상 앞에 둘 경우에, 다른 어떤 선택도 (그 a에 대해) b’을 b 앞에 둘 수 없다. 조건 ③, ④는 s-함수가 각 가능세계에 대해 모든 선택 세계의 총체적 순서화를 확립하게 해주고, 이 때 기저 세계는 순서상 모든 다른 세계에 앞선다.

 

 선택 함수에 대한 이 네 가지 조건들은 필수적이지만, 이것들이 이 함수를 유일하게 결정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선택 원리에 부여될 수 있는 형식적 제약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s-함수를 유일하게 결정하는데 충분한 의미론적 조건을 찾는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어떤 기초 위에서 하나의 선택 함수를 고르는가?”, “가능세계를 순서짓는 것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물음은 반사실 조건문의 화용론적 문제을 재표현한 것일 뿐이다. 위 조건들은 반사실 조건문의 진리치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약하지만, 조건 논리의 타당성, 귀결 같은 의미론적 개념을 정의하기에는 충분하다.

 

[형식적 체계]

 

  앞에서 개괄된 정의에 따를 때, 조건 논리의 타당한 형식의 집합은 형식 체계 C2의 정리의 집합과 공외연적이다. C2의 원초적 연결사에는 진리함수적 연결사에다가 >가 포함된다. 다른 양상적, 조건적 개념은 다음과 같이 >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A ≡ ~A > A [각주:3]

◇A ≡ ~(A > ~A)

A≷B ≡ (A >B) & (B>A) 

 

C2의 추론 규칙은 전건 긍정(A, A⊃B ⊧B)과 괴델의 필연화 규칙(A ⊧◻︎A)이다. 다음의 7 가지 공리 도식이 있다.

 

(a1) 임의의 항진적인 적형식은 공리다

(a2) ◻︎(A⊃B)⊃(◻︎A⊃◻︎B)

(a3) ◻︎(A⊃B) ⊃ (A > B) [각주:4]

(a4) ◇A⊃((A>B) ⊃ ~(A>~B)) [각주:5]

(a5) A > (B v C) ⊃ ((A > B) v (A > C)) [각주:6]

(a6) (A > B) ⊃ (A ⊃ B) [각주:7]

(a7) A≶B ⊃ ((A > C) ⊃ (B > C)): 반사실적 동치 관계

 

  (a3), (a6)라는 점에서, 이 체계에 따라 정식화되는 조건 연결사는 엄밀 함축과 실질 함축의 중간 단계이다. 즉, ◻︎(A ⊃ B) ⊃ (A > B) ⊃ (A ⊃ B) 이다. ‘>’는 엄밀 함축과 실질 함축 개념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속성을 결여하는데, 사실 이 차이는 반사실 조건문의 특이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건적 연결사의 3 가지 특이성]

 

 (1) 실질 함축과 엄밀 함축은 둘다 이행적인 연결사인데 반하여, 코너 ‘<‘(반사실 조건문에 대한 연결사)는 비이행적인 연결사이다. 즉, A>B, B>C로부터 A>C가 따라 나올 수 없다. 다음의 예를 고려해보자:

 

전제1. 만약 후버 J. Edgar Hoover가 오늘날 공산주의자였더라면, 그는 반역자일 것이다

전제2. 만약 후버가 러시아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는 오늘날 공산주의자일 것이다

결론.   만약 후버가 러시아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는 반역자일 것이다.

 

 이 전제들을 긍정하고 결론을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즉, 코너는 비이행적인 연결사이다.) 이 예시가 충분히 설득적이지 않다면, 다음의 다른 예도 보자.

 

A를 “성냥이 그어지다”, B를 “불이 붙는다”, C를 “성냥이 물에 젖어 있다”라고 해보자. 지금 나는 A>B로부터 (A&C)>B가 추론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전제1. A > B

전제2. (A&C) > A

결론. (A&C) > B

 

이 예에서도 전제1,2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두 전제들로부터 이행성 원리에 의해 결론이 추론될 수 있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 같다. 즉, “만약 성냥이 그어졌더라면, 불이 붙을 것이다”, “성냥이 그어지고 물에 젖어있더라면, 성냥은 그어진다”는 긍정할 수 있지만, “만약 성냥이 그어졌고 물에 젖어있더라면, 불이 붙을 것이다”는 긍정하기 어렵다. 물에 젖은 성냥은 그어지더라도 불이 붙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는가!

 

 (2) 이 형식적 체계에 따르면, 반사실 조건문의 부정은 다음과 같다: ◇A ⊃ (~(A >B) ≡ A > ~B). 이것은 <반사실 조건문의 부정>은 <그것과 동일한 전건과 부정된 후건으로 구성된 조건문>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것은 예를 들면 간단하게 이해될 수 있다: “성냥을 그었더라면, 불이 붙었을 것이다”의 부정은 “성냥을 그었더라면, 불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와 동치이다.

 

 (3) 반사실 조건문의 경우에 조건문의 “대우 추론”은 타당하지 않다. ~B > ~A는 거짓인 반면에, A > B는 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희는 철수가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지만, 그가 막상 시험 시간에는 OMR 카드에 정답을 모두 3 번으로 체크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보자. 그러면, 영희는 “만약 철수가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그는 시험을 잘 봤을 것이다”의 참은 받아들일 것이지만, 그것의 대우 문장인 “만약 철수가 시험을 망쳤더라면, 그는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거부할 것이다.

 

[과거 철학자들에 의해 지적된 이 예외적인 사례들anomalies]

 

 ⋅굿맨: 그는 전건과 후건 간에 특정 “연결”이 성립한다는 것에 대하여, 반사실 조건문의 경우에는 동의하지만, 준사실 조건문semifactuals [거짓인 전건과 참인 후건으로 이루어진 조건문] 에 대해서는 거부한다. 준사실 조건문은 대부분의 경우에 축자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준사실 조건문의 화용론적 함축 import>은 <그것의 축자적 함축>과 다르다고 말한다. 

 

 ⋅ 치좀: 치좀은 준사실 조건문을 분석하기 이전에 그것을 바꿔 표현하기를 제안한다. “비록 당신이 아침 내내 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피곤할 것이다”는 “만약 당신이 아침 내내 잔다면 당신은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는 거짓이다”로 바꿔 표현된다.

  위 예외적인 반례에 직면할 때 반사실 조건문에 대한 ‘연결’ 이론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준사실 조건문에 대한 별도의 비조건적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 변통적인 책략일 뿐이다. 어떤 분석도 이 반례들을 재구성함으로써 구제될 수 있다. <2장에서 제시된 이 이론>은 조건문이 전건과 후건 사이의 “임의의 특정한 종류의 연결”을 주장한다고 말해지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이러한 곤경을 피해갈 수 있다. 반사실적 조건문, 준사실적 조건문의 진리치를 결정하는 것은 귀납 관계와 인과 연결의 구조겠지만, 그것들은 [결국에 조건문의 진리치를 결정하는] 가능세계 간의 관계를 결정함으로써 그렇게 되는 것이다. 연결과 조건문의 관계를 이런 방식으로 간접적인 관계로 다룸으로써, 이 이론은 다른 맥락에서 조건문들의 여러 작동을 설명하는 통합된 이론을 제공할 수 있다.

 

[논리적인 문제: 일반적 고려]

 

  (우리가 이러저러한 맥락에서 뭐라고 말하는지, 또는 어떤 것이 원어민에게 이상하게 들리는지 등) 언어적 사실은 개념들이 어느 정도 언어에 반영된다고 가정할 수 있으므로 증거로서 관련되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 반례에서 어떤 단어가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되었다거나, 재진술이 필요하다거나, 일상 언어가 어떤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임시변통적인 가설들은 이론의 그럼직함이나 설명적인 힘을 감퇴시킨다. 우리는 언어적 사실들에 돌이킬 수 없게 irrevocably 속박된 것은 아니다. 어떤 문맥도 어떤 분석을 뒷받침하거나 반하는 증거로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문맥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개념의 의미를 나누지 않으면서, 다양한 맥락에서의 작동들을 설명하는 일반적 해석>은 <다양하고 겉보기에 달라 보이는 표면적인 현상이 어떤 공통 근원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지는 과학적 설명의 친숙한 패턴>과 잘 들어맞는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조건문을 일의적 univocal 개념으로 다루는 것을 이 의미론을 옹호할 때 갖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화용론적 애매성]

 

  나는 “조건적 연결사”가 의미론적으로 애매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발화의 문맥”, “주장의 목적”, “발화자 또는 공동체의 신념”은 어떤 반사실문의 해석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조건문의 애매성>과 <조건적 개념의 일의성>이 화해시킬 수 있는가? 애매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만약 어떤 문장이 적절히 해석될 수 있는 명제가 여럿 있다면, 그 문장은 애매한 문장이다. 이 애매성은 구문론적, 의미론적, 화용론적일 수 있다. 화용론적 애매성이 자연 언어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 같다. 가령, “내가 곧 국가다”는 누가 말하는지에 의존하고, “지금 비가 온다”는 언제 말해지는지에 의존하고, “저 사람을 봐라”

는 한정 기술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애매하고, “끝이 좋으면 다 좋다”의 진리 조건은 논의역에 의존한다. 이 양화사의 논의역을 결정하는 방식은 조건문의 선택 함수가 결정되는 방식과 비슷하다. 

 조건문의 애매성을 의미론적이기 보다 화용론적으로 다루는 근거는 양화 문장의 애매성을 화용론적으로 다루는 근거와 같다. 즉 그 이유는 단순성과 체계적인 정합성 때문이다. 양화 문장의 진리 조건은 논의역의 변화에 따라 다르지만, 이 진리 조건들에 있어서 모든 영역에 항상적인 단일 구조가 있다. 고전 술어 논리의 의미론은 보편 양화사에 단일 의미를 부여하고, 영역에 해석의 매개변수를 만듦으로써 이 공통 구조를 이끌어 낸다. 비슷한 방식으로, 조건 논리의 의미론은 연결사에 단일 의미를 부여하고, 선택 함수에 해석의 매개변수를 만듦으로써 공통 구조를 이끌어 낸다. [즉, f(A, w)에서 w에 대한 선택은 비교 유사성에 따라 화용론적으로 결정된다.]

  우리가 정의역을 명시적으로 특정하지 않고서도 양화 문장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듯이, 우리는 선택 함수를 명시적으로 특정하지 않고서도 조건문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것은 의미론 내에 있는 것들을 넘어서 조건문의 사용을 지배하는 추가적인 규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규칙들은 조건문의 화용론적 문제에 대한 주제가 된다. 아직 논리의 발전이 명제적인 단계 이상의 것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할 수 있는 바는 거의 없지만, 이 조건문의 사용과 과학 철학에서의 화용론적 문제에 접근하는 틀을 제공하는 몇 가지 언급들을 하고자 한다. (…)

 

[결어]

 

  경험론자들은 반사실 조건문을 <비현실적 상황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literal 문장>으로 다루는 어떤 이론을 불편해 할지 모르겠다. 반사실 조건문은 종종 우연적이고, 우연적 문장들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증거는 오직 이 [현실] 세계에서만 우리로부터 수집될 수 있다. 경험론자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나는 어떻게 가능 세계가 그것이 설령 규약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경험적 탐구의 대상일 수 있는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어떤 가능 세계의 결정적 참들 중 일부를 모르는 방식으로 그 가능 세계를 부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 가지 방식은 <내게 알려지지 않은 현실 세계의 특성들>을 <그 가능 세계>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나는 각 날마다의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현실의 그것과 동일한 가능 세계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세계를 지어내고 있지만 - 이것은 내 의도의 순수한 부산물이지만 - 그곳에는 내가 결코 알지 못할 참인 것들이 이미 들어있다.

  이 사례에서 조건문은 <“약정”에 의해 명시적으로 수행된 것>을, 암묵적으로 그리고 규약 convention에 의해 수행한다. 반사실 조건문은 △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에 의해 정의되고, △ 현실 세계와 매우 비슷한 가능 세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증거는 종종 반사실 조건문의 진리치와 연관된다. 내가 어제 병원에 가서 피부 트러블 치료를 받았다고 해보자. 나는 이미 대략적으로 내가 선택한 어떤 가능 세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제까지는 현실 세계와 동일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동일한 성향과 지식을 가진 동일한 의사를 가지고 있다. 주된 차이는 내가 어제 그 의사에게 가서 피부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현실 세계의 그 의사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선택한 그 가능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바가 많다. 나는 단지 그가 다른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보거나 블로그에 적힌 치료 후기를 봄으로써 그의 의료 수준에 대해 알 수 있을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에게 단 한번의 치료를 받은 뒤 있던 피부 트러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그런 마법 같은 후기는 - 허위 광고가 아니라면 - 없다. 따라서 이런 현실적 증거에 의해 나는 그에게 치료를 받은 뒤 마법같이 피부가 좋아진다는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현실 세계의 블로그에 게시된 후기에서 치료 후 약간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봄으로써, 단지 그 정도의 가능성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현실 세계의 이런 정보는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비현실적 상황에 대해 더 잘 알려준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가진다.

 

 

참고:Stalnaker, Robert C. "A theory of conditionals." Ifs. Springer, Dordrecht, 1968. 41-55.

  1. 반사실 조건문은 비현실화된 가능성들에 대한 진술들 같지 않은가? 전건이 반사실적일 때, 즉 사실과 반대될 때, 이런 조건문은 단지 가능하기만 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진술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험적이면서 동시에 반사실적인 조건문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본문으로]
  2. 어떤 특정 세계를 선택하는 함수다. 이것은 루이스의 의미론과 구별된다. 왜냐하면, 스톨네이커의 선택 함수 개념에서는 이것이 함수이기 때문에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참인 세계가 유일하게 하나만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전건이 거짓인 경우에 이 조건문은 사소하게 참이다. 왜냐하면 ~A도 참이고 A도 참인 가능 세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위 두 정의에 따르면, 이것은 양상으로 정의된 반사실 조건문 "A > B"에 의해 다시 양상을 정의하는 것인데, 이는 순환 규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본문으로]
  4. 이것은 엄밀 조건문이 반사실 조건문을 낳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5. (a4)는 CNC[conditional non-contradiction]이라고 불린다. 이것이 왜 CNC라고 불리는지 살펴보자. (a4)는 ◇A⊃((A>B) ⊃ ~(A>~B)) ≡ ◇A⊃(~(A>B) v ~(A>~B)) ≡ ◇A ⊃ ~((A>B) & (A>~B)). 여기서 ‘◇A’는 불가능세계를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6. 이것은 조건적 배중률 CEM이다. [본문으로]
  7. 이것은 반사실 조건문이 실질 조건문 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