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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Metaphysics

루이스의 '인과'를 읽고

by jysden 2020. 4. 8.

 

 

  루이스는 흄의 인과에 대한 두 번째 정의인 “만약 어떤 원인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의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인 반사실 조건문 형태의 정의를 가지고 자신의 인과 이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루이스는 그의 인과 이론을 소개하기에 앞서, 흄의 첫 번째 정의[각주:1]와 관련된, 오늘날의 일반적 규칙성 분석에 따른 인과 이론을 지적한다. 그 이론은 다음과 같다: “C를 <c가 존재한다>는 명제라고, E를 <e가 존재한다>는 명제라고 해보자. 그러면, c는 e를 야기한다 iff (1) c,e가 참이고, (2) L, F [각주:2]에 대하여, (L, F가 공동으로 E를 함축하지 않고, F 홀로 C ⊃ E를 함축하지 않더라도) 그것들은 C ⊃ E를 공동으로 함축한다. ” 하지만 루이스는 일반적 규칙성 분석이 곧 인과 자체에 대한 이론에 대한 정의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 규칙성 분석은 인과 자체와 다른 인과 관계를 혼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규칙성 분석은 인과 자체가 아닌 다른 인과 관계와도 연관된다. 가령, 부수현상, 역인과, 선취된 잠재적 원인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뒤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루이스는 인과 자체에 대한 이론을 제공하기 위해 일반적 규칙성 분석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고, 그러한 접근이 과연 인과 자체에 대한 이론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대신에, 그는 앞에서 말했듯이 인과 이론을 흄의 두 번째 정의인 반사실적 분석을 가지고 접근하고자 한다.

 

 반사실 조건문과 인과가 어떤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직관을 가질 수 있는가? 만약 c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c는 e를 야기한다는 것은 받아들여질 만 한가? 루이스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혹자는 우리가 과연 반사실 조건문 자체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루이스는 “그러면 [반사실 조건문을 통해 인과 이론 제시하기에 대한] 어떤 것도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말한다. 

 

 루이스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제시하는 인과 이론이 가질 제약은 4 가지이다. ▲ 그의 인과 이론은 사건 간 인과 이론에 국한된다. 여기서 사건이란 야기하거나 야기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니다. ▲ 이것은 일반적 경우가 아닌 개별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라고 제약한다. (인과적 일반화와 이용 가능한 양화적 형식을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 이것은 인과에 대한 넓고 비식별적 개념을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모든 원인들 중 하나 고르기, 소수의 원인을 고른 뒤, 그 나머지를 인과 조건이라 간주하기, 결정적인 원인 고르기 간 구별에 대한 원리를 말하지 않는다.) ▲ 결정론 하에서 적절히 작동하는 인과 분석을 제시한다.

 

 우리는 반사실 조건문을 통하여 인과 이론에 대해 이해해 볼 것이고, 그러기 앞서, 반사실적 세계, 현실적이지는 않고 가능하기만 한 세계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가능 세계 의미론의 기초가 되는 비교 유사성 개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루이스는 가능 세계 간 모든 비교 유사성 관계를 원초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 만약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 보다 현실 세계와 더 유사하다면, 전자가 후자 보다 현실 세계에 더 가깝다.” 그러나 그가 이 관계를 원초적이라고 부르는 근거는 불분명해 보일 수 있다. 이것은 의도적인 불명료함인 것일 수 있거나, 각 주체에 따라, 맥락에 따라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교 유사성 관계는 그 본성 때문에 불분명한 것일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된 것을 기초로 하여 이 관계를 원초적이라고 간주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종류의 관계[비교 유사성 관계]와 친숙하다. 예를 들자면, 유사성과 차이의 다수의 측면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우리는 사람에 대한 모든 비교 유사성 관계에 대해 판단한다. 가중 인자에 대한 우리의 상호적 예상은 소통을 허용하는 데 충분히 명확하고 정확하다.” 물론 그는 특정 경우에 이 모호성에 대한 균형이 자신의 분석을 더 잘 작동하게 해주고, 일반적인 모든 유사성에 대한 모호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심지어, 그는 이 유사성에 대한 모호성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유사성에 대한 모호성은 인과에 영향을 끼치고, 어떤 올바른 분석도 이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실로, 많은 측면의 유사성이 있다. 가령, 개별 사실에 대한 유사성, 법칙에 대한 유사성 등이 그것이다. 전술된 바로 이 두 유사성은 사실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우리는 개별 사설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어느 정도 법칙에 대한 유사성을 기초로 하는 것 같다. 다음의 두 문장을 보자.

 

     (1) 지구에서 중력을 제외한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않을 때 사과가 나무에서 하늘로 올라간다

     (2) 지구에서 중력을 제외한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않을 때 사과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대부분의 지구에서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자라면, (1)보다 (2)가 더 현실 세계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은 지구의 중력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그래서 법칙 유사성 측면에서 이러한 세계는 현실 세계와 비교적 멀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2) 보다 먼 세계이다. 즉, 우리는 이 비교에서와 같이, 개별 유사성을 판단할 때 어느 정도 법칙 유사성 판단에 의존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우리 현실의 법칙을 따르는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법칙들이 위배되는 모든 세계> 보다 더 현실 세계에 가깝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이것은 그 위배의 정도와 본성에 의존한다. 루이스는 자신의 이전 논문 ‘반사실적 의존과 시간의 화살’에서 비교 유사성에 대한 가중치 체계를 이미 제시했었다. [각주:3] 따라서 이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이제, 비교 유사성 관계에 기초한 반사실 조건문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반사실 조건문 “만약 A가 참이었더라면, C는 참이었을 것이다”는 ‘A◻︎→C’라고 표현된다. 기호 ‘◻︎→’는 다음의 진리 규정에 의해 정의된다: 

 

   (cf) A◻︎→C는 세계 w에서 참이다 iff ① A◻︎→C이 공허한 경우인, 어떤 가능한 A세계도 없거나, 또는 ② <C가 성립하는 어떤 A 세계>는 <C가 성립하지 않는 어떠한 A 세계 보다도> (기저 세계 w에 대해) 더 가깝다. 

 

 루이스는 지금 여기서 불가능 세계를 상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①만 만족하는 세계, 즉 전건이 불가능한 세계는 지금 여기서 고려되고 있지 않다. 그러면, 루이스는 지금 비공허한 참인 반사실문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cf2)  A◻︎→C는 비공허한 참이다 iff C는 가장 가까운 A 에서 성립한다.

 

(cf2)는 반사실문이 <후건없이 전건을 참으로 만드는 것> 보다 <전건에 따라 후건을 참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 세계와 더 가깝다는 루이스의 생각에 기초한다. 

 

 이제 가능한 명제들의 족family을 가지고 반사실 조건문을 말해보자. A1, A2, …를 이들 중 어떤 두 개의 명제도 공가능하지 않은 가능한 명제들이라고 하고, 이들을 간단하게 A족이라고,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들인 C1, C2, …을 C족이라고 하자. 그러면, 

 

   (cff) 만약 두 개의 족에 있는 상응하는 명제들 사이에서, 모든 반사실 조건문  A1◻︎→C1,  A2◻︎→C2, …이 참이라면, 우리는 C족이 A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할 것이다. 

 

(cff)를 일상적으로 표현하자면, C1이든, C2든, … 그것들 중 어느 것(들) A1이든, A2든, … 그것들 중 어느 것(들) 의존한다. 예를 들어 보자. 철수가 기압계를 측정하려고 한다고 해보자. R1, R2는 어떤 시간에 어떤 기압계에 나타난 수치를 읽는 것을 명시하는 명제라 하고, P1, P2, …는 주변 공기의 압력이라고 해보자. 만약 철수가 정상적인 기압계를 가지고 측정한다면, R족은 P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이 예를 좀 더 구체화 해보자. R1을 < (정상적인 기압계에 명시된) 현재 기압은 1 atm이다> 명제라고, R2를 < (정상적인 기압계에 명시된) 현재 기압은 0.9 atm이다>라고 해보자. 그리고 P1를 그 세계 내의 사실 <기압 1 atm>, P2를 <기압 0.9 atm>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논의의 단순함을 위해, 나머지 R3, …, P3, … 부터는 지금 구체화에서는 없다고 해보자. 그러면, P1이 R2 보다 R1에 더 가깝기 때문에, P1은 가장 가까운 R1에서 성립하고, 따라서 (cf2)에 따라 P1 ◻︎→ R1은 참이다. P2, R2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P2 ◻︎→ R2는 참이다. 따라서, R족은 P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위 사례를 가지고 말할 때, R족이 P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면, R족이 P족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즉, 어떤 수치가 적혀있는 기압계를 읽는 것(가령, ‘현재 기압은 1atm이다’)은 그 당시의 기압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고 할 때, 전자는 후자에 인과적으로도 의존하는 것인가? 이 사례의 경우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오차없는 이상적인) 기압계에서, [기압이 1 atm이다]는 사실이 기압계에 <현재 기압은 1 atm이다>를 가리키게 해주고, 이는 (위 사례에서 등장한) 철수가 <현재 기압은 1 atm이다>를 읽게끔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G1, G2, …를 중력에 대한 가능한 법칙이라고, M1, M2, …은 행성 운동에 대한 법칙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M족은 G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의존을 인과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반사실적으로 의존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G족 중 어느 값에 값 x를 넣음>사건이 <특정 값 Mn이 나타남>을 야기한다고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루이스가 이 예외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법칙에 대한 공식의 값인 M은 그것을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 G와 동등한 인과의 순서로 놓여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루이스의 이 생각은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에서 사건 간 반사실 의존이 성립한다는 것을 보았듯이, 명제 간 반사실 의존도 성립하는가 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가? 루이스는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어떠한 가능한 사건도 그것을 표상하는 명제와 상응한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명제 간 반사실적 의존과 사건 간 반사실적 의존은 동일하다.

 

 루이스의 위 같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제 반사실 의존 관계와 인과 관계를 연결시켜보자. c1, c2, …은 어떤 두 사건도 공가능하지 않은 그런 서로 다른 가능한 사건에 대한 족이라고 해보자. e1, e2, …도 그러한 서로 다른 가능한 사건에 대한 족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O(c1), …은 , 그 사건들(c1, c2, …)이 성립하는 명제의 족이라고, O(e1), … 역시도 그러한 명제의 족이라고 해보자. 

 

   (c-cf)  e (사건들)족은 c (사건들)족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O(e)족은 O(c)족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특정 사건 c, e만을 고려할 때,

 

  (c-cf2) 특정 사건 e는 특정 사건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O(e), ~O(e)는 O(c), ~O(c)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c-cf2)를 단순하게 말하자면, e의 나타남 여부는 c의 나타남 여부에 의존한다. 이 의존은 두 개의 반사실문으로 구성된다: O(c) ◻︎→ O(e), ~O(c) ◻︎→ ~O(e). 후건의 식은 c, e가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전건과 후건이 둘다 참이 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인과와 반사실문을 연결할 수 있다.

 

  (c-cf3) e는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O(c) ◻︎→ O(e) iff c가 나타났더라면 e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c-cf3)에서 만약 c와 e가 현실적 사건이라면, O(c) ◻︎→ O(e)는 자동으로 참이다. 왜냐하면 비교 유사성 관계에 기초한 반사실적 의존은 전술했듯이 비교 유사성 관계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는 현실 세계에 가장 가까운 세계가 참인 세계이고, 현실 세계와 가장 가까운 세계는 그 자신인 바로 그 현실 세계이다. 따라서, (c-cf3)에서 c, e가 둘다 현실 세계 내에서 발생한 현실적 사건이라면, O(c) ◻︎→ O(e)는 자동적으로 참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형태도 가질 수 있다.

 

   (c-cf4) e는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만약 c가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및 발췌: D.Lewis, 1973b. "Causation", Journal of Philosophy, 70: 556-67. Reprinted in his 1986a.

 

 

 

  1. “우리는 인과를 다른 대상이 한 대상을 뒤따르고, 후자의 것과 유사한 대상이 전자와 유사한 모든 대상의 뒤를 따른다고 정의할 수 있다.” Lewis (1986) [본문으로]

  2. L은 참인 법칙-명제에 대한 비공허 집합, F는 특정 사실의 참 명제에 대한 어떤 집합. [본문으로]

  3. 세계 간 비교 유사성에 대한 가중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중요성을 지닌다: (a) 크고 광범위하고 다양한 법칙의 위배를 피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 (b) 개별 사실에 대한 시공간적 영역의 완전한 일치 극대화하기가 두 번째로 중요하다, (c) 작고, 국지적이고, 단순한 법칙의 위배 피하기가 세 번째로 중요하다, (d) 개별 사실의 근사한 유사성 확보하기는 중요하지 않다 [본문으로]